[칼럼]근시는 병인가 ? | 2007-07-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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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은 1.0으로 세상은 1.2배로… TV 프로그램에서 드넓은 초원에 사는 몽고인들은 최고 3.0이상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1.0은 고사하고 눈앞이 핑핑 돌 정도의 두꺼운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야만 겨우 보이는 사람에게 그만한 시력은 가히 꿈의 시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하나는 유전적 요인으로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동양인에게 근시 발생률이 높고 다른 하나는 생활 환경과 습관에 의한 것으로 성장기에 과도한 조절을 유발시키는 잘못된 독서 습관이나 근거리 작업에 의한 것이다.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근시가 진행되고 보조적인 교정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면 근시는 분명히 질병이 맞을 것이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주위에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근시인 시력으로 느끼는 세상은 시력이 좋은 사람의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세상을 멀리 보지 못하고 선명하게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또 안 보이는 것을 자세히 보고자 찡그린 얼굴을 자주 할 것이고 가끔은 인사성이 부족하다는 핀잔도 들을 것이고 근시 교정 안경인 오목렌즈로 인해 세상을 좁게, 작게도 보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나 축구 경기를 즐기기 보다는 책이나 컴퓨터에 더 열중하며 내성적인 성격이 더 많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틀리지 만은 아닌 얘기일 것이다. 이렇게 근시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고 성격 형성에도 작은 영향이나마 줄 수 있다면 병 아닌 병인 근시도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요즘은 의술이 발달되어 레이저를 이용하여 각막 성형을 함으로써 꿈의 시력인 2.0까지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안과를 전공한 의사 입장에서 볼 때 라식 수술은 수많은 근시 교정 수술 중에서 제일 안전하고 정확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단 그 대상을 얼마나 잘 선정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근시 교정 수술을 받으신 분들께 자주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할 때와 사물이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안경이나 렌즈의 경우 눈과 초점이 일치하지 않아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없거나, 이들의 광학적 특성으로 인해 사물이 실제보다 작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수술을 받으신 환자 분의 얘기가 인상에 남는다.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보면서 시력은 1.0으로, 세상은 1.2배로 커진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수술 후 집에 갔는데 문 앞에 50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줍고 보니 500원짜리인 줄 알았던 동전이 100원짜리 더라구요. 제 손도 평소보다 조금 커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안경을 통해 항상 작게 보다가 이제 맨 눈으로 보니 제겐 세상이 크게 보인 거죠.. 수술 하고 제가 1.0 시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세상은 1.2배 정도 커진 거에요. 아마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더 커지지 않을까요?" 이 분의 말씀을 듣고 문득 3.0의 시력을 가지고 있는 그 몽고인은 아마도 우리보다 3배는 더 넓고 큰 세상을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크기가 사실은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세상이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멀리 차창 밖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의 작은 움직임, 가늘게 떨리는 연인의 속눈썹이 보일 때...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