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향신문> "군입대 결격사유 슈퍼강군이 도와줍니다" | 2004-0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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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결격사유 슈퍼강군이 도와줍니다" <경향신문 2004.9.16일자 기사>
시력검사표를 아예 통째로 외웠다. 그러나 징병검사관 앞에 서자 머릿속이 텅 비었다. 시력 불합격, 현역 입영불가 판정. 군대 안가려고 뇌물을 주고 자해까지 하는 등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 세상, 젊은이가 외친다. "꼭 가고 싶습니다!" 이처럼 시력이 나빠 입대가 어렵지만 꼭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입대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주는' 단체가 있다. 안경사·의사들의 봉사모임인 '슈퍼강군(强軍)'(ganggun.com)이 바로 그곳. 슈퍼강군에선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만들어주고 시력교정 수술까지 해준다. 젊은날 객기로 문신을 한 사람은 과거의 어두운 흔적까지 지워 보내준다. 슈퍼강군의 '슈퍼강군 만들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부터다. 홈페이지는 6년 전부터 의사들과 함께 불우이웃 돕기 무료진료 캠페인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하고 있는 김영근씨(38)가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운영할 당시 어느날 홈페이지에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군인이 되고 싶은데 눈이 나빠서 입대할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사회지도층이나 그 아들들은 어떻게해서라도 군대에 안가려고 하는데 군대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이 김씨가 '슈퍼강군 만들기'에 나서게 된 계기다. 그가 모임을 만들자 안경사들과 안경업체 대표들이 선뜻 나섰고 의사들도 흔쾌히 합류했다. 참여한 안경업체와 병원은 모두 7군데. 국방부와 병무청, 경찰청도 슈퍼강군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슈퍼강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접수받아 안과·피부과·치과·비뇨기과·한의과 분야별로 한달에 2명의 지원대상을 선정, 군입대 결격사유 질병을 치료해준다. 지난해 1년 동안 슈퍼강군의 치료를 받고 군에 입대한 사람은 모두 180여명. 50여명은 시력교정 수술을 받고 당당히 현역으로 입대했다. 입대를 앞둔 사람뿐 아니라 현역군인들도 슈퍼강군의 대상이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박모 병장은 훈련 중 번번이 안경이 깨지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그때마다 집에 연락해 안경을 부쳐달라고 했다. 그 사연을 들은 슈퍼강군이 나서 아예 시력교정 수술을 해줬다. 슈퍼강군에는 시력교정 수술을 하고 특전사에 입대한 사병이 부대에서 권투시합도 했다고 자랑하는 편지, 눈이 좋아져 일등사수가 됐다는 감사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슈퍼강군의 임일규씨(병무청 팀장)는 "대학생 설문조사를 하면 아직도 85% 이상이 군대에 가기 싫다고 응답한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면제사유가 있는데도 군대에 가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새로운 회원을 보강한 슈퍼강군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그 주제는 '효도합시다'. 군인들의 사연을 받아 부모에게 보약을 지어 보내드리고 백내장 수술도 해준다. 현역군인들이 맘 편하게 근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슈퍼강군'이 되기 때문이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